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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기말고사 본문

인성

초등생 기말고사

덕정 2010. 7. 10. 09:50

초등생 기말고사 딸들의 시험인가? 엄마의 시험인가?

며칠 전에 두 딸들의 기말고사 시험이 있었다. 예전에는 초등학생이 시험 보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다. 엄마들의 경쟁심이 하늘을 찌른다. 그래서 엄마들 사이에서는 중간고사를 보거나 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서로 몇 개 틀렸느냐고 물어 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시험 기간이 돌아오면 집안에는 비상이 걸린다.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것이 텔레비전 시청 금지이다. 그 다음은 문제집을 사들인다. 문제집을 사서 아이들에게 풀린다. 아이들이 문제집을 얌전히 풀면 좋으련만 문제집을 가지고 늑장을 부린다. 그러면 아내의 고함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야, 문제 풀지 않고, 뭐하는 거야? 공부 한지가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여태 뭐했니?

   너희들은 왜 이렇게 산만하니?”     


 아내의 말이 죄다 옳다. 공부를 시키면 늘 꾸물거린다. 회장실 간다고  자리를 떠서 한 10분 정도 허비한다. 잠시 뒤 목말라서 물 먹는다고 10분 허비 한다. 잠시 뒤에는 연필 찾는다고, 그 다음에는 노트 찾는다고, 그 다음에는 숙제 내 준 것 확인다고 돌아다닌다. 늘 이런 식이다. 엄마는 속이 타 들어가는데, 아이들은 태평하다. 그러니까 아이들인가 보다.


 몇 시간이 걸려 드디어 문제를 풀어서 아내에게 제출한다. 점수를 매기며 아이들은 또 한소리 듣는다.  

   

 “야, 문제 제대로 읽고 푼 거야? 제대로 안 읽었잖아. 아휴 이것도 모르니? 어떻게 공부한 거야. 내가 국어책 꼼꼼히 읽으라고 했잖아.”


 점수를 매기고 난 후에 틀린 문제를 가지고 작은딸 지도를 한다. 마치 과외 선생님처럼 아내가 지도를 한다. 몇 번 가르쳐도 이해를 못하고 헤매면 큰 소리가 난다. 그러다 보면 작은딸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온다. 공부를 시작해서 공부가 끝날 때 작은딸은 울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아내는 잔뜩 화가 나 있다. 그러면 그 불똥이 나에게도 튄다.


 “당신도 작은딸 좀 가르쳐 봐요. 매일 늦게 와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만 하지 말고요. 아이들 시험공부 좀 도와주란 말이에요.”


 그러면 두 딸들이 기회다 싶어 매달린다. 나에게로 방향 전환을 하여 어떻게든지 아내에게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빠 나 문제 좀 내 줘요. 나 이것 모르는데 좀 가르쳐 주세요.”

 

 나도 가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쉽게 이해를 못하면 화를 낸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이다.


 아내는 또 이야기 한다. 시험기간에는 나에게 늦게 들어오라고 한다. 내가 퇴근을 하는 순간 아이들의 면학 분위기가 깨진다고 한다. 솔직히 좀 깨지기는 한다. 아빠인 내가 들어가면 아이들이 더 산만해진다. 내가 간식을 먹을 때 쫓아와서 간식 먹느라 시간 뺐기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아내가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에도 힘이 빠지기 때문에 차라리 늦게 들어오는 편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며칠을 아이들과 씨름하다가 보면 시험 날이 돌아온다. 시험 보는 날 아침에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오늘 시험 잘 봐라. 덤벙대지 말고, 차근차근 문제 잘 풀어라.”

 

 아이들이 시험 보는 날은 이상하게도 조바심이 난다. 어린 것들이 시험 보느라고 땀을 뻘뻘 흘릴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아마 어머니도 내가 시험 보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시험은 아이들 공부가 아니라 엄마들 공부이다. 숙제도 엄마의 도움 없이는 하기가 힘들다. 엄마가 시험공부를 아이들과 같이 해야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아이가 성적을 잘 받았다면 엄마가 그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농담 삼아 아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본다.

 

 “아마 엄마들 불러 시험 치게 하면 일등 한 아이의 엄마가 일등 할 거야.” 


 이제 시험이 끝났다. 아이들도 홀가분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다행이 두 딸들의 성적이 엄마의 마음에 들어 며칠간은 집안이 좀 조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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